영유아 놀잇감 회사에서 일 하는 이유

영유아 놀잇감 회사에서 일 하는 이유

January 18, 2025

나는 올디너리매직 이라는 영유아 놀잇감을 만드는 스타트업에서 일을 하고 있다. 우리는 스스로를 발달 맞춤 놀이 경험 서비스 회사라고 생각 하고 있지만 이렇게 이야기 하면 듣는 사람이 정확히 무엇을 하는지 알지 못하기 때문에 편의상 영유아 놀잇감을 만드는 회사라고 이야기를 한다. 그런데 나에 대해서 조금이라도 아는 사람은 내가 영유아 놀잇감 회사에서 일을 한다고 하면 의아해 한다.

내가 만약 영유아 관련 전공을 했다면 영유아 놀잇감 회사에 일을 하는 것은 매우 자연스러운 일이고 이에 대해서 자세히 설명을 할 필요도 없을 것이다. 하지만 나는 컴퓨터를 전공 했다. 세부적으로는 Human-Computer Interaction (HCI)를 전공했다. 학부만 전공 한 것이 아니라 박사 과정 까지 마쳤다. 박사 과정의 주제가 영유아와 관련이 있느냐 하면 그것도 아니다. 나의 박사 졸업 논문은 “어안렌즈 카메라를 활용한 주변 공간으로의 입력 공간 확장 기술 및 인터랙션 연구”이다. 주제에 대해서 자세히 설명 하지 않아도 누구든지 영유아와 무관하다는 것은 알 수 있을 것이다. 내가 처음 교수님께 졸업 후에 영유아 놀잇감을 만드는 곳에 간다고 했을 때 교수님께서는 대체 내가 거기에 가서 무슨 할 일이 있겠느냐고 물어 보셨다.

나는 결혼도 하지 않았고 아이도 없다. 아이를 키우기라도 하면 영유아 제품들에 대해서 불편함을 직접 느끼면서 놀잇감 산업에 관심을 가질 수 있겠지만 나는 그런 케이스도 아니다.

이런 나의 배경에 대해서 아는 사람들이 내가 영유아 놀잇감 회사에 다닌다는 것을 알았을 때는 내가 컴퓨터가 들어가는 놀잇감을 만들 것이라고 생각 한다. 그것도 아니다. 우리 서비스의 이름은 피카비 인데, 피카비의 놀잇감들은 친환경 원목과 패브릭등이 주 소재인 아날로그 놀잇감들만을 만들고 있다.

그럼 나는 대체 왜 영유아를 위한 원목 놀잇감을 만드는 회사에서 일을 하고 있는가? 이 글은 내가 올디너리매직을 알게 된 계기와 내가 왜 이 회사에서 일을 하고 있는지 이야기 한다.

올디너리매직에 대해 알게 된 계기

올디너리매직 회사 자체는 동아리 선배를 통해서 알게 되었다. 모종의 계기로 동아리 지인들끼리 식사를 하는 자리가 있었다. 다들 오랜만에 보는 지인들이었고 당시 대학원생이었던 나는 HCI라는 전공과 내 연구 주제에 대해서 간단히 설명을 했다. 이후에 그 자리에 있었던 선배는 배우자 분께서 사업을 하고 계신데 기술적인 부분에 대해서 나에게 조언을 얻고 싶다고 요청을 주셨고 관련해서 몇 번 미팅을 했었다. 배우자분께서 하시는 회사가 올디너리매직이었고 그 분이 나의 지금의 상사이다.

당시 마침 나는 졸업을 준비하고 있었고 졸업 이후의 진로에 대해서 고민을 많이 하던 차였다. 해외 기업에 리서치 포지션으로 가거나 국내 스타트업을 가고 싶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다. 그러다보니 자연스럽게 내가 올디너리매직에 합류를 하는 것에 대한 논의를 하게 되었다. 당시 나는 처음부터 확정적으로 생각하지는 않았지만 말이 안되지는 않는다는 수준으로 생각을 했다. 어떤 결정적인 이유로 합류를 결정한 것은 아니지만 다방면으로 생각을 했고 다양한 관점에서 고민을 했는데도 매번 입사를 하고 싶다는 결론에 이르렀다. 그래서 올디너리매직에 입사를 하게 되었다. 아래에는 당시 내가 했던 생각들을 정리 하였다.

올디너리매직에 입사를 결심한 이유

학교에서 배운 것을 현실에 적용 해 보고 싶었다

HCI는 굉장히 넓은 학문이다. 디자인, 컴퓨터, 사회과학 등 다양한 분야가 융합되어 있는 학문이다. 때문에 HCI가 무엇을 공부 하는 학문이라고 한 문장으로 정리하기는 좀 어려운데, 나는 HCI의 다양한 측면들 중에서 사용자에게 필요한 소프트웨어를 만드는 방법 을 배운 것이 가장 좋았고 졸업 후에 이것을 하고 싶었다.

연구를 하면서 사용자를 위한 소프트웨어를 많이 만들었을 것이라 생각 하겠지만 나는 실제 사용자들 을 대상으로 소프트웨어를 만들어 보고 싶었다. 연구 과정에서는 상당히 제한된 사용자들만을 만나게 된다. 주로 유저 테스트를 하면서 사용자들을 만나고 그들의 이야기를 듣게 되는데 대부분 학교의 학생들을 대상으로 연구를 하기 때문에 제한된 집단 내에 있는 사용자들만 만나게 된다. 또한 상용 서비스를 만드는게 아니라 특정 가설을 검증하기 위한 소프트웨어를 만든다. 때문에 유저 테스트에 참가하는 사람들도 해당 소프트웨어를 지속적으로 사용하는 ‘사용자’라고 볼 수는 없다. 그렇기 때문에 상용 소프트웨어를 만드는 일은 연구와 많이 다를 것이라고 생각 했다. 그리고 내가 연구를 하면서 배운 것들을 실제 상용 서비스를 만들 때 적용을 해도 유효한지 확인 해 보고 싶었다. 실제로 해본 뒤 드는 생각은 비슷한 점도 있고 다른 점도 있다는 것인데, 이에 대해서는 별도의 글에서 설명을 하도록 하겠다.

내가 전혀 모르는 분야에서 일을 하고 싶었다

HCI 혹은 디자인에서 배우는 것은 특정 도메인에 대한 지식이라기 보다는 어떤 도메인에서든 사용 할 수 있는 방법론에 가깝다. 그렇기 때문에 꽤나 넓은 도메인에 대한 연구를 하고 일을 할 수가 있다. 그 중에서도 나는 내가 전혀 모르는 도메인에서 일을 하고 싶었다. 그 이유는 나의 디자인 능력 을 시험해 보고 또 성장 시키고 싶었기 때문이다. 참고로 여기에서 디자인은 상당히 넓은 범위의 디자인을 말한다.

우리 학교 학부 HCI 수업에서는 프로젝트 주제를 잡을 때 스스로가 사용자가 될 수 없는 주제를 잡도록 한다. 그 이유는 나와 사용자가 분리 되어야지 사용자를 이해하려는 노력을 더 많이 하기 때문이다. 나 역시 마찬가지였다. 내가 전혀 모르는 사용자들을 대상으로 제품을 만들기 위해서는 그들을 철저하게 이해하려고 노력 해야 한다. 나는 그 과정에서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내가 처음에는 전혀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들을 위해서 궁극적으로는 그들이 유용하게 사용하는 제품을 만들 수 있게 된다면 나는 어떤 집단에 대해서라도 유용한 제품을 만드는 방법을 터득 했다고 볼 수 있다. 나는 그런 궁극의 방법을 터득하고 싶었다.

아이들을 위한 일을 해보고 싶었다

이에 대한 이야기를 하기 위해서는 나의 궁극적인 목표에 대해서 이야기를 해야 한다. 나는 이 세상을 살기 좋은 세상으로 만드는 것이 나의 궁극적인 목표이다. 좁게는 우리나라를 살기 좋은 나라로 만들고 싶다. 살기 좋은 나라는 무슨 나라일까? 나는 아이들이 살기 좋은 나라가 좋은 나라라고 생각 한다. 아이들이 살기 좋은 환경을 만들게 되면 사회 각계 각층의 사람들이 살기 좋은 환경이 되기 때문이다. 때문에 나는 아이들이 살기 좋은 나라를 만드는 것이 궁극적인 목표이다. 이의 연장선에서 아이들을 위한 일을 인생에서 한 번은 하고 싶었다.

영유아의 놀잇감을 만드는 것, 더 나아가서 발달 맞춤 놀이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은 아이들을 위한 일이면서 동시에 양육자들을 위한 일이다. 성공한 놀이 서비스는 아이들도 만족 해야 하지만 양육자도 만족 해야 지속 가능하기 때문이다. 때문에 이것은 미래를 위한 일이기도 하면서 현재를 위한 일이다. 아이를 키우는 과정에서 무수히 많은 어려움이 존재할 수 있지만 그 중 하나의 측면에서라도 도움을 주고 싶었고 놀이는 육아의 여러 축 중에서 정말 중요한 축이다. 우리가 하는 서비스가 어떤 측면에서 육아에 유의미한 가치를 전달하는지 자세히 설명을 하고 싶지만 이를 위해서는 우리 서비스에 대한 심도 깊은 이야기를 해야 하기 때문에 이 역시 추후에 다른 글에서 설명을 하고자 한다.

나는 두 마리의 토끼를 잡고 있다

위에서 설명 한 것 처럼 나는 나의 배움을 현실에 적용하고 있으면서 내가 이상적으로 생각하는 사회를 만들기 위한 일하고 있다.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고 있는 샘이다. 사회적 기업은 아니지만 나는 우리가 하고 있는 일이 저출생 시대에 어느 정도는 공익적인 특성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 한다. 여기에서 오는 뿌듯함도 분명 있다. 내가 평생 영유아를 위한 일을 하지는 않겠지만 내 인생에서 두 마리의 토끼를 모두 잡는 시간이 또 있을지는 모르겠다. 후회없는 시간을 이곳에서 보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