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설탕의 시대다. 제로 콜라를 마시는 사람들도 많아졌고, 맥주도 논알콜을 넘어서 칼로리가 없다는 맥주도 나온다. 0 칼로리 소주도 있고 설탕이 안들어가는 아이스크림도 많다.
예전에는 ‘맛있는건 몸에 나쁘다’는 말이 당연하게 받아드려졌다. 하지만 기술이 발전하면서 그런 말은 옛말이 되었다. 제로 콜라랑 일반 콜라의 맛은 거의 흡사해졌고 설탕이 없는 아이스크림도 일반 아이스크림만큼 맛있다. 설탕 대신 단맛을 내는 다른 것들이 들어가지만 의사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대체로 설탕보다는 낫다는 이야기가 많은 것 같다.
나는 비슷한 생각을 예전부터 SNS에 대해서 해왔다. 더 넓게는 미디어와 컨텐츠에 대해서 했었다. 많은 것들이 더 자극적으로 변해가는 것을 느꼈다. X가 트위터로 불릴 때 부터 그랬다. 비슷한 이야기도 더 자극적으로 포장하는 것이 나에게는 문제로 다가왔다. 다시 음식으로 비유하자면 다양한 면 요리들(쌀국수, 평양냉면, 막국수 등)이 사라지고 라면만 남는것 같은 느낌이었다.
자극의 정점은 숏폼 비디오였다. 숏폼 비디오는 커다란 만족감을 주지는 못하면서도 자꾸만 생각나게 만들고 끊기 어렵다는 것에서 라면과 같은 인스턴스 식품과 유사하다고 생각 한다. Bursztyn et al.의 2025년 연구가 이와 관련하여 상당히 흥미로운 결과를 보여준다. 대학생들에게 얼마를 주면 틱톡을 지울것인지 물어보면 $59를 주면 지울 것이라고 답했다고 한다. 반대로 본인을 포함하여 모든 사람들이 틱톡을 지울 수 있다면 되려 $28를 지불 할 수 있다고 답했다. 이것을 보면 사람들이 틱톡을 많이 하는 것이 틱톡이 좋아서, 효용가치가 있는 서비스라서 사용한다기 보다는 트렌드를 따라가지 못하면서 사회적으로 소외되는 것을 피하기 위해서 쓰는 것이 아닐까 싶다.
나는 지금 시장을 장악하고 있는 SNS들이 좋은 제품이라서 장악 했다기 보다는 중독적으로 만들고 사회적 압력을 만드는 방식으로 시장을 장악 했다고 본다. 숏폼 비디오를 두 시간 동안 보고 나서 시간을 잘 보냈다고 생각 하는 사람이 몇 이나 있을까?
이러던 와중에 최근에 인상적인 기사(1)와 기사에 소개된 논문을 두 편(2,3) 읽었는데 내가 지금 하고 있는 일을 학문적 관점에서 점검하고 정리하고 싶었다.
- RIP social media. What comes next is messy
- Larooij, M. and Törnberg, P., 2025. Can we fix social media? testing prosocial interventions using generative social simulation. arXiv preprint arXiv:2508.03385.
- Törnberg, P., 2026. Echo chambers can emerge without algorithmic personalization or a preference for homogeneity. PloS one, 21(5), p.e0347207.
SNS의 문제
학계에서 생각하는 문제
2번 논문에 학계에서 생각하는 SNS의 문제들이 잘 정리 되어 있다. SNS에 조금이라도 관심을 가지고 있던 사람이라면 무난하게 공감 할 내용들이다. 첫째, 사용자들이 파편화 된 정보들을 소비하면서 사상적으로 획일화 된다. 에코 체임버 (echo chambers), 필터 버블(filter bubbles)이라는 용어들로 이러한 현상을 설명 하기도 한다. 둘째, 알고리즘이 사용자의 관심도를 극대화 하도록 설계 되어 있기 때문에 더 자극적인 컨텐츠들을 더 많이 노출하게 된다. 셋째, 소수의 사용자에게 영향력이 집중 된다. 소수의 사용자의 글이 집중적으로 노출되고 이들의 의견이 과대표 된다.
나는 학계에서 생각하는 문제에 모두 동의한다. 하지만 학계에서 이야기 하는 문제가 제품이나 시장 관점에서의 문제는 아닐 수 있다. SNS가 어떤 특성을 가지고 있는지를 설명하는 것에 가깝지 그것들이 정말 시장의 관점에서 ‘고쳐야 하는 것’인지는 이야기 하지 않는다. 대체 왜 인스타그램이나 틱톡이 학계에서 다루는 SNS의 문제를 해결해야 하는가? 윤리적인 책임이 있다고 이야기 할 수 있지만 그들이 법의 테두리 안에 있는 한 그들의 일은 아니다.
내가 생각하는 문제
나는 앞서 이야기 한 문제들이 결국 사용자의 니즈와 연결이 되어 있다고 생각 한다. 그렇기 때문에 위 문제들을 해결하는 SNS는 시장성이 있다고 생각 한다. 1번 글에서 지금의 SNS들은 ‘소셜 네트워크(Social Network)’ 서비스라기 보다는 ‘소셜 방송(Social Broadcasting)’ 서비스에 가깝다는 이야기를 한다. 위에서 이야기 한 문제를 종합해 보면 방송 서비스가 되었는지 이해가 쉽게 된다. SNS가 약속하던 소통의 기능은 사라지고 소수의 목소리만 증폭시키는 기능만이 남아 버렸다. 기업들은 소통의 창구를 만드는 것 보다 방송국을 만드는 것이 그들의 광고 비즈니스에 유리하기 때문에 이러한 선택을 했을 것이다.
SNS 기업이 SBS 기업으로 변하게 되는 이유, 즉 소수에게 집중되는 네트워크가 형성되고 자극적인 컨텐츠가 주로 유통되는 이유는 결국 광고 비즈니스 모델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노출수를 늘려야 하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SBS를 만들게 된다. 게다가 그것이 대단한 비법이 있는 것도 아니다. 3번의 논문을 읽으면 네트워크의 양극단화는 매우 단순한 매커니즘으로 발생 할 수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단순한 방법으로도 극단적인 소셜 네트워크를 만들 수 있고 광고 비즈니스 모델에서는 이것이 효과적일 수 있다.
하지만 나는 근본적으로 사람들이 광고 비즈니스에 최적화된 SBS를 만족해하는지 의구심이 든다. 위에서 이야기 한 것처럼 대부분의 사람들이 SBS를 쓰고 있지만 그것에 만족해 한다는 실증적 증거가 없다. 사람들은 소통을 원한다. 이것은 너무나도 명백한 니즈이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지금 SNS의 시장은 비었다. 누군가는 SNS는 충분히 성숙한 시장이라고 생각 하겠지만 나는 오히려 비어버린 시장이라고 생각 한다.
나는 사람들이 자유롭게 소통하고, 안전하게 의견을 주고 받고, 새로운 친구들을 만날 수 있는 온라인 서비스의 부재가 문제라고 생각 한다.
컨텍스트 버블
1번 글을 보면 Törnberg 교수는 오히려 필터 버블이 문제의 해결책이 될 수도 있다고 이야기를 한다. 네트워크의 양극화는 사용자들이 자신들의 의견과 다른 의견을 맞닥뜨릴때 자신의 그룹을 이탈하여 다른 그룹에 응집하는 방식으로 이뤄진다고 이야기 한다. 결국 사용자의 이탈을 막아야 하고 필터버블을 일정 수준으로 만들면 사용자의 이탈을 막을 수 있다는 논리이다. 기존의 학계에서 필터 버블은 없애야 한다는 부정적인 의견에 반하는 것이다.
나는 필터 버블을 조금 다르게 해석한다. 나는 일종의 ‘컨텍스트 버블’을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 한다. 필터버블은 단편적인 주제에 대해서 의견이나 취향이 비슷한 사람들의 컨텐츠만 보여주는 것을 의미한다면 컨텍스트 버블은 나의 컨텍스트와 유사한 사람들의 컨텐츠를 보여주는 것을 의미한다. 예시를 들자면, 필터 버블은 현재 정부의 AI 정책에 찬성 또는 반대의 의견을 필터링 해서 보여주는 것이고 컨텍스트 버블은 박찬욱 감독의 ‘어쩔수가 없다’를 보고 AI 시대의 노동의 변화 관점에서 해석을 한 사람들이 현 정부의 AI 정책을 어떻게 평가 하는지를 보여주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더불어서 컨텍스트 버블은 단편적인 컨텐츠를 보여 주는 것이 아니라 컨텍스트 같이 보여주어야 한다고 생각 한다. 맥락이 없으면 소통을 할 수가 없다. 서로 오해를 만들어내고 자연스럽게 극단적인 컨텐츠들을 생산 할 수 있다. 광고 비즈니스 모델에는 좋을 수 있지만 사용자에게는 전혀 유용하지가 않다. 컨텍스트 버블은 컨텍스트를 입력 받고 컨텍스트를 출력하는 기계이다.
근황
나의 지론은 두 개가 있다.
- 더 좋은 제품이 성공한다.
- 사용자들에게 유용한 제품이 좋은 제품이다.
나는 사람들이 소통을 하고 싶어하지만 현재 소통을 위한 플랫폼을 존재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사람들이 안전하고 의미있는 소통을 할 수 있는 플랫폼은 유용할 것이라고 생각하고 이러한 플랫폼은 성공 할 것이라고 생각 한다. 의미있는 소통은 사용자의 컨텍스트를 고려하고 컨텐츠의 컨텍스트를 보존해야 한다. 이러한 시스템은 자연스럽게 자극과는 멀어지게 된다. 자극적이지 않다고 해서 재미가 없는 것은 아니다. 제로 콜라 처럼 설탕 없이 맛있는 것을 만들 수 있다고 생각 한다.
요즘 나는 이러한 목표를 달성 할 수 있는 서비스를 만들고 있다. 아직 갈 길은 정말 멀다. 콜드스타트 문제도 풀어야 하고 비즈니스 모델도 거의 없다. 정확하게 어떤 길을 가야 할지 모르지만 바로 앞에 어디로 발을 딛여야 할지는 안다. 한 걸음씩 가는 중이다.
찾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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