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라라 5집 '키라라'에 대한 단상

키라라 5집 '키라라'에 대한 단상

February 23, 2025

나의 한국 전자음악 삼대장 중 하나인 키라리의 5집 앨범 <키라라>가 발매 되었다. 삼대장에 대한 이야기를 언젠가는 써야겠다는 생각이 있기도 했고 키라라의 경우 아티스트 본인이 인터넷이 글을 많이 써달라고 했기도 해서 앨범이 더 잘 되길 바라는 마음으로 앨범에 대한 나의 생각들을 써보기로 했다.

앨범은 좋다. 나에게는 꽤나 당연한 이야기다. 이 앨범이 나에게 왜 좋게 들리는지에 대해서 내가 지금까지 쌓아온 음악적 경험과 취향에 기반하여 이야기를 해보고자 한다. 이 앨범은 꽤나 다양한 색의 음악들이 있는데 모든 색들이 나의 취향이다. 내가 이 앨범을 싫어할 수 없는 이유들이 있는데 몇 가지 테마로 나누어서 이야기 해 보겠다.

전자음악과 랩

이 앨범의 특징 중 하나는 상당히 많은 아티스트들과 협업을 했다는 것인데, 두 곡에서 래퍼들과 작업 했다. ‘콘트라스트’에서는 래퍼 언텔과, ‘조각’에서는 래퍼 스월비가 함께 했다. 전자음악과 랩의 결합에 대해서 관심이 많았던 나에게 이 두 곡은 매우 반가웠다. 키라라도 래퍼들과 작업을 많이 원해하고 있었고 그 결과도 훌륭하다.

내가 처음으로 전자음악에 랩이 얹어지는 것이 굉장히 궁합이 잘 맞는다는 것을 알게 된 때는 deadmau5가 The Carp is Mine 곡 작업을 하는 것을 라이브 스트리밍으로 볼 때 였다. 나에게는 꽤나 신선했는데 힙합과는 리듬도 다르고 사운드도 다르지만 상당히 잘 어울렸기 때문이다. 좀 더 정확히는 electro house 음악과 랩의 결합에 대한 충격이었다. 그 때 부터 전자음악과 랩이 만나는 음악들에 대해서 관심을 가졌었고 내 취향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XXX의 앨범은 이 카테고리에서 나의 음악적 경험의 절정이었다고 생각한다. 이 음반들을 힙합 음반이라고 생각 하는 사람들이 많은 것 같은데 나는 전자음악 앨범이라고 생각 한다. 굉장한 앨범들이고 앞으로 이런 앨범이 또 나올 수 있을까 싶다. 음악적 색은 다르지만 힙노시스 테라피도 이 계보를 잇고 있다고 생각 한다. 하지만 이 음악들은 힙합에 뿌리를 두고 있는 아티스트들이 전자음악의 요소들을 가져온 음악들이었다. 위에서 말한 deadmau5의 경우와는 조금 다르다. 그렇기 때문에 두 장르의 결합이긴 하지만 방향성이 좀 다르다.

전자음악과 랩의 결합은 세계적으로도 많지 않다고 느낀다. 내가 알고 있는 예시도 별로 없는데, deadmau5 이외에 또 생각나는 케이스는 Skrillex의 음악들이다. Dirty Vibe, Purple Lamborgini 등이 생각이 난다. 이 두 곡을 포함해서 Skrillex의 대부분의 작업들을 좋아한다. Skrillex가 랩이 들어가는 음악들을 자주 했는데 이 음악들 역시 위의 케이스들과 또 방향이 조금 다르다. 내 기억에 따르면 Skrillex가 랩을 사용한 곡들은 주로 afro 리듬을 기반으로 한 작업들이다.

이렇게 전자음악과 랩의 결합에 대한 긍정적인 음악적 경험을 많이 했지만 부족한 공급에 아쉬워 했던 터라 키라라가 래퍼와 작업을 한다는 사실이 꽤나 반가웠다. 결과물도 매우 만족스러웠고 내가 처음에 이 카테고리에 대한 욕구를 느끼게 해준 deadmau5의 음악과 가장 가까운 형태로 전자음악과 랩의 결합인 점이 상당히 마음에 든다. 특히나 ‘콘트라스트’ 는 정말 훌륭하다.

시부야케이

시부야케이는 나의 어린 시절을 구성하는 일부분 중의 하나이다. 클래지콰이는 말할 것도 없고 m-flo, 다이시 댄스를 비롯한 수많은 일본 아티스트들의 음악들을 사랑했었다. 지금도 그렇고. 키라라 역시 시부야케이를 좋아한다고 이야기를 했었고 이 앨범에도 그런 음악들이 수록이 되어 있다. ‘조감도’와 ‘Love Me’가 시부야케이 풍의 음악이라고 할 수 있다. 내가 싫어 할 수 없다는 이야기다.

내가 처음 시부야케이에 관심을 가지게 된 것은 House Nation: Korea Edition Vol. 1 을 듣고 나서다. 내가 고등학생때 처음 들었는데 그 때는 전자음악이라는 장르가 있는지, 하우스 음악이 뭔지도 몰랐던 시기였다. 하지만 이 앨범을 듣고 나에게 딱 맞는 음악이 무엇인지 알게 되었다. 전자음악이라는 단어는 몰랐지만 전자음악이 나의 음악이라는걸 알았던 것이다. 이 때 부터 시부야케이 음악들을 찾아 듣기 시작했고 시부야케이 음악은 내가 무조건 좋아하는 음악이 되었다.

‘조감도’와 ‘Love Me’는 어린 시절에 내가 듣던 클래지콰이와 House Nation이 떠오르게 한다. 누군가에게는 익숙하게 들릴 수 있겠지만 키라라의 시부야케이가 가지고 있는 특별함도 느껴진다. 말로 표현하기 힘든데 굳이 설명을 하자면 일렉트로 하우스 처럼 진행되는 시부야케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다. 앞으로 키라라가 시부야케이 곡들을 많이 내주었으면 한다.

프렌치하우스

키라라는 ‘격추’ 곡에서 Justice의 Stress라는 곡에서 영감을 받았다고 이야기를 했다. 나도 들으면서 Justice 생각이 났었는데, 프렌치 하우스 역시 내가 무조건 좋아할 수 밖에 없는 장르이다. 내가 프랑스에서 태어났어야 하는 생각을 하곤 했었다. 나의 해외 전자음악 삼대장이 있는데 모두 프랑스 사람들이다. 대체 왜 프랑스는 전자음악을 잘하는지 궁금하기도 하다.

나는 누군가가 한국에서 Justice와 같은 음악을 한다면 그건 키라라가 될 것이고 정말 잘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 했다. 이번 앨범에 여실히 보여 주었다고 생각 한다. 이번 앨범에서는 ‘격추’와 ‘FP’가 거칠고 강한 프렌치하우스 음악이라고 볼 수 있다. 이 두 곡 너무 좋게 들었다. 사실 내가 키라라에게 기대하고 가장 좋아하는 음악은 이런 거친 프렌치하우스 음악들이다. 비슷한 결의 음악으로는 이 전 앨범인 <4>에서 ‘공천’이 있는데 이 음악을 나는 정말 좋아한다. 아예 이런 느낌으로만 가득 차 있는 앨범을 내주었으면 하는 바램이 있다.

한국 전자음악씬의 단비 키라라

한국에서 전자음악은 상당한 마이너장르라고 생각 한다. 물론 한국 인디 음악 시장 자체가 어렵긴 하지만 장르별로 보았을 때 힙합이나 락에 비해서 소비하는 사람들이 적은 것이 사실이다. 보통은 이런 경우에는 해외 음악으로 귀를 돌리기 마련이다. 국내에서 들을 만한 음악이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우리나라에는 키라라가 있다. 이런 수준과 퀄리티의 전자음악을 로컬 공연장에서 들을 수 있다는 것이 얼마나 큰 행운인지 모른다. 나도 많지는 않지만 이런 저런 한국의 전자음악들을 들어 보았는데 키라라와 같은 사운드 디자인과 곡을 쓰는 아티스트는 찾지 못했다. 감히 독보적이라고 말 할 수 있고 메마른 한국 인디 전자음악씬의 단비와 같은 존재이다.

키라라 앞으로 많이 꾸준히 활동 해 주었으면 좋겠다. 키라라는 더 잘 되어야 한다.

키라라의 5집 <키라라>는 다양한 곳에서 들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