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날 퇴근 길에 커피챗에 대한 글을 인터넷에서 보았다. 이 글의 요지는 일을 하는 사람들끼리 모여서 자유로운 환경에서 다양한 이야기를 하는 것이 즐거움을 주면서 자신의 성장에도 도움이 된다는 이야기였다. 나 역시도 비슷한 경험을 했었는데 이에 대한 기록을 남기고자 글을 쓴다.
나에게 박사 초반은 정말 힘든 시기이기도 했지만 되돌아 보면 꽤나 많은 성장을 했던 시기라고 생각한다. 그 당시에 여러 가지를 배웠는데 같이 일을 하는 사람들과 거의 같이 살다 싶을 정도로 자주 보았고 그것이 어떤 장점이 있는지 배웠다. 당시 나는 오전 10시에 나와서 거의 오후 10시에 퇴근하는 삶을 살았다. 나 뿐만 아니라 연구실에 많은 사람들이 그런 삶을 살고 있었다. 그러다 보니 매일 점심과 저녁을 같이 먹고 그 과정에서 굉장히 많은 대화를 나눴다. 밥 먹으면서도 이야기를 했고 식당을 오가며, 카페에서 커피를 주문하고 기다리며 매우 다양한 이야기들을 했다. 위에서 언급한 글 처럼 일에 대한 이야기 뿐만 아니라 기술 전반에 대한 이야기들도 나누고 개인적인 이야기들도 많이 나누었다. 기술 관련 빅 뉴스가 나오면 어김없이 밥을 먹으면서 이야기를 했었다.
아무리 우리가 일과 관련이 없는 이야기를 한다고 해도 연구실 안에 있는 사람들은 공통된 관심사를 가지고 모인 사람들이기 때문에 연구 이야기를 할 수 밖에 된다. 모두가 어느 정도 관심을 가지고 있는 것이 보장 되는 주제이기 때문이다. 그러다 보면 나의 연구에서 힌트를 얻기도 하고 다른 사람의 연구에 도움을 주기도 한다.
이와 관련해서 내가 기억나는 연구가 하나 있다. 나는 이 연구에 대해서 그 친구 (A라 칭하겠다)와 이야기를 하며 걸어가던 곳이 정확히 학교에서 어디 였는지도 기억 난다. 당시에 A가 포스터로 냈던 연구가 있었고 나는 그 연구가 좋은 연구라고 생각해서 A가 더 발전 시켜서 논문으로 만들면 좋겠다고 생각 했다. 그래서 점심을 먹으러 가면서 그 연구에 관해 궁금한 부분도 있고 내 생각들도 있어서 이야기를 나누게 되었다. 자연스럽게 그 날 이후에도 계속 이어서 이야기를 나누었고 좋은 연구 주제로 발전 되었다. A의 연구였기에 나도 연구를 같이 하고 싶다고 했고 탑 컨퍼런스에 제출을 하는 성과를 얻었다. A가 워낙 연구를 잘 하기도 하고 애초에 A의 관심 분야 였기 때문에 나와 대화를 하지 않았어도 결국은 했을 연구 겠지만, 만약 우리가 그 날 같이 밥을 먹으러 가면서 이야기를 하지 않았다면 그 논문은 좀 더 늦게 나왔을지도 모른다.
캐쥬얼한 분위기던 포멀한 분위기던 같이 일하는 사람들과 많은 대화를 해야 한다고 생각 한다. 그리고 그 대화의 스펙트럼을 억지로 좁힐 필요는 없다 왜냐면 어차피 같이 일을 하는 동료라면 목표가 비슷할 테니까 말이다. 요즘 원격 근무가 많은 추세인것 같다. 하지만 원격 근무는 이런 캐주얼한 대화를 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주지 못한다. 비디오 콜은 애초에 그걸 위해서 디자인 한 매체가 아니다. 자연스럽고 자유로운 사고와 대화는 물리 환경에서 일어나기 더 쉽다. 만약 원격 근무가 메인인 팀이라면 포멀하게(인위적으로)라도 다양한 스펙트럼의 이야기를 하는 시간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지 않을까?
이런 문화는 자연스럽게 만들어지는 것은 아닌 것 같다. 만드는 것도 유지하는 것도 노력이 필요한 것 같다. 연구실의 문화도 나 이전에 선배들이 기틀을 잡았기 때문에 가능했던 것이라 생각 한다. 내가 입학하기 전에도 다 같이 밥먹으러 가면서 다양한 이야기를 하는 문화가 있었다. 왜인지 정확히는 모르겠지만 연구실에서 내가 졸업할 때 쯤 같이 밥을 먹는 사람들이 줄어 들었고 그 점이 아쉬웠다.
지금 회사에서는 출근 하는 날에 다 같이 점심을 먹으면서 다양한 이야기를 나누고 있고 이 점은 매우 좋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시간이 더 있는 것이 좋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든다. 회사에 정기적인 커피 타임을 제안 해 봐야 하려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