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은 클라우디아 골딘의 ‘커리어 그리고 가정’이라는 책을 읽고 나서 책의 내용을 간단히 정리하고 나의 생각들을 덧붙인 글이다. 이 책의 부제는 ‘평등을 향한 여성들의 기나긴 여정’이다. 이 책의 내용을 설명하는 훌륭한 한 줄이라고 생각 한다. 이 책은 대략 1880년대 부터 1980년대 사이에 태어난 여성들이 어떻게 자신들의 커리어와 가정을 지켜나갔는지 경제학적으로 데이터와 함께 설명한다. 이 책의 내용을 좀 더 직설적으로 이야기 하자면 ‘남녀 임금 격차는 어떤 이유로 존재하는가?’에 대한 이야기이다. 그리고 그 이유는 흔히 우리가 뉴스 기사들을 통해서 접하는 것과는 조금 다르다. 적어도 내가 많이 접했던 뉴스들은 직장 내에서 성차별 및 사회 인식에 대한 이야기들이 많았는데 이 책에서 이야기하는 근원적인 이유는 그런 것들이 아니었다. 다만, 한 가지 분명히 해야 하는 것은 이 책은 미국에 대한 이야기지 한국에 대한 이야기는 아니다. 그렇기 때문에 일부 내용은 한국의 상황과 다를 수 있다. 또한, 당연한 이야기지만 나의 정리는 매우 압축적이기 때문에 자세한 내용이 궁금하다면 책을 직접 읽어 보는 것을 권한다.
이 글에서는 책의 결론을 먼저 이야기 하고 각각에 대해서 자세히 설명 하는 방식을 취하도록 하겠다. 실제 책도 그러하다. 책을 읽으면 마치 한 편의 긴 논문을 읽는 듯한 느낌이 든다. 내가 이 책의 결론을 한 줄로 정리하자면 다음과 같다. 남녀 임금 격차는 노동시간의 차이에서 기인하는데, 그 원인은 자녀 돌봄을 주로 여성이 하기 때문이다.
남녀 임금 격차는 노동시간의 차이에서 기인 한다는 것이 나는 꽤나 놀라웠다. 왜냐면 반대로 이야기 하면 노동 시간이 같으면 임금 차이가 없다는 이야기이기 때문이다. 내가 가지고 있는 생각으로는 직장내의 성 차별적 인식으로 인한 불평등한 인사라던지 취업 과정에서 발생하는 성차별적 상황들에서 기인 하지 않을까 생각 했었다. 이 책에 의하면 그렇지 않고 육아로 인해서 여성이 일에 쓸 수 있는 시간이 부족한 것이 주요 원인이다. 책에는 수 많은 그래프가 나오지만 단 하나의 그래프만 봐야 한다면 아래 그래프를 봐야 한다고 생각한다. 아래 그래프는 MBA를 졸업한 여성들의 남성 대비 소득 비율이다. 그래프를 보면 여성 전체 MBA 졸업생들은 13년이 지나면 65%아래로 떨어진다. 흥미로운 것은 아이가 없는 여성의 경우 13년이 지나도 90%를 유지한다는 것이다. 이건 MBA의 예시이긴 하지만 책에 따르면 다른 직업군들에 대해서도 비슷한 사례를 많이 발견 할 수 있다. 즉, 남성과 여성이 같은 조건에서 같은 시간만큼 일을 한다면 약간의 차이는 있을 수 있지만 현재 보이고 있는 임금 격차의 상당수는 줄어들 수 있다.
시간이 지날 수록 육아를 하면 왜 소득이 줄어드는지 궁금할 수 있다. 그 이유는 육아를 하게 되면 커리어 초기에 기회를 많이 놓치게 되기 때문이다. 커리어 초반에 시간 투자를 덜 하면서 더 적은 기회를 가지게 되면 당장은 소득의 큰 변화는 없을 수 있지만 커리어 후반부로 갈 수록 큰 차이를 만들게 된다. 예를 들어 변호사의 경우 파트너로 올라가는 것과 어소시에이트 레벨에서 업무 시간과의 상관관계가 많이 있다고 한다. 학계도 마찬가지다.
그러면 육아를 남녀가 분담하면 해결되는 문제가 아닐지 생각 해 볼 수 있다. 실제로 분담이 이루어지는지 여부를 떠나서 현재 산업 자체가 육아를 분업하는 것이 경제적으로 불리하게 설계가 되어 있다. 현대 산업계는 노동 유연성이 적을수록 높은 임금을 받는 체제이다. 회사에 항상 ‘온콜’ 상태로 대기할 수 있는 사람이 높은 연봉을 받는다는 것이다. 대표적인 직업군으로 의사나 금융업이 있다. 당연하다고 생각 할 수 있는게 급한 일이 있을 때 회사를 항상 우선으로 두는 사람에게 돈을 더 많이 주는 것이 자연스럽게 느껴지기 때문이다. 하지만 아이가 생기게 되면 누군가는 가족에서 온콜 상태가 되어야 한다. 그렇기 때문에 육아를 분담 해서 부부 둘 다 예측할 수 있는 생활을 하는 것 보다 한 명은 회사 일을 우선으로 하고 한 명은 가족 일을 우선으로 하는 것이 경제적으로 유리 한 것이다. 생각해 보면 이 문제는 남자가 육아를 한다고 해서 해결이 되는 문제는 아니다. 남자가 육아를 전담하고 여자가 일만 한다고 해도 그것이 그들이 원하는 삶은 아닐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아이가 있는데 아이를 보지 않고 일만 하고 싶어 하는 사람은 없다. 부부 모두가 가족을 위해서 충분한 시간을 보내면서 소득의 손해를 보지 않을 수는 없는걸까?
책에서는 이에 대한 해결책으로 업무 스케쥴을 예측 가능하게 만들고 유연하게 조정 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을 이야기 한다. 대표적인 예시로 소아과가 나온다. 소아과는 상대적으로 여성 의사들이 많은데 여성 소아과 의사의 33%가 파트타임이며 남성의 상당수도 파트타임으로 일을 한다. 소아과 의사들은 주치의 개념이 아니라 팀의 형태로 일을 한다. 그렇기 때문에 의사들이 시간 유연성을 더 많이 가질 수 있고 응급 상황이나 야간 업무도 서로 분담을 하면서 예측 가능한 스케쥴로 소화 할 수 있다. 수의사와 약사들도 마찬가지다. 예전에는 나의 동물 또는 나를 담당하는 수의사와 약사들이 있었지만 지금은 지역 병원들과 약국들이 협업하여 팀 단위로 대체 서비스를 제공한다. 즉, 개인이 아니라 팀 단위로 체계적인 시스템만 갖춘다면 온콜 문화는 없어질 수 있다.
이 책을 읽고 나서 든 생각은 우리는 커리어 관점에서 성차별은 많이 해소를 했다는 것이다. 여성이 가질 수 있는 직종의 제한이 사라지고 (예전에는 있었다), 결혼한 여성에 대한 취업 시장에서의 불이익도 많이 사라지고 (예전에는 있었다), 결혼한 여성이 직업을 가지는 것에 대한 인식도 많이 개선 되었다. 반면에 아직까지 우리는 양육에 대한 성차별이 남아있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왜 현대 사회에서는 항상 남자가 아니라 여자가 커리어를 포기 하는걸까? 만약 남자와 여자가 커리어를 포기하는 비율이 같다면, 통계적으로 남녀 임금 격차는 나지 않을 것이다. 물론 위에서 이야기 한 것 처럼 이것이 근원적인 문제는 아니지만 이러한 관점에서는 임금 격차의 문제가 성차별과는 무관하다고 볼 수는 없다고 생각한다. 양육의 역할을 여성이 지도록 하는 성차별적 문화 때문에 이러한 결과가 나오는 것이라고 생각 한다.
그럼 우리나라의 상황은 어떨까? 우리나라의 현실도 크게 다르지 않은 것 같다. 요새 임금 격차에 대한 뉴스들을 보면 스크랩을 했었는데 이 기사에 따르면 여성의 시간당 임금은 남성에 비해 70% 밖에 되지 않는다. 이 책에서 본 것과 같이 경력 단절로 인한 효과일 가능성이 크고 이 기사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여성 경력 단절 원인의 대부분은 육아이다. 즉, 여성이 남성보다 육아를 더 많이 하고 그로 인해서 임금 격차가 발생 하는 것이다. 국내 상황에 대한 연구를 보아야 겠지만 큰 흐름이 비슷하다면 가정 내에서의 성차별로 인하여 경력 단절이 일어나고 그 이유는 책의 내용과 일맥 상통하게 육아 때문이다.
이런 성차별의 형태를 이해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에 한국에서 성차별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면 아직도 많은 사람들이 현대 사회에서는 성차별이 없다고 생각 하는 것이 아닐까 싶다. 책에 따르면 성차별이 많이 사라진 것은 맞다. 그것도 여러 방면에서 많이 나아졌다. 그렇다고 해서 완전히 사라진 것은 아니다. 육아와 관련된 부분에서는 성차별이 아직도 남아있다. 하지만 대다수의 사람들은 이러한 사실을 모르거나 별로 알고 싶어 하지 않는 것 같다. 어느 정도 이해가 가는 부분은 임금에 대한 이런 기사를 보았을 때 이런 통계적 차이의 원인에 대해서 알기가 어렵다.
남녀의 임금차이 문제는 곧 육아와 돌봄의 문제이다. 이 문제를 비단 일반 사람들만이 잘못 이해 하고 있는 것은 아닌것 같다. 책의 내용을 기반으로 생각해보면 현재 한국 정부의 정책들은 부적절한 방식으로 육아 문제를 접근 하고 있다는 것을 쉽게 알 수 있다. 우리나라는 외국인 가사관리사를 통해서 부모들의 육아 부담을 줄여주려 하고 있다. 이것은 문제의 근본을 해결하는 것이 아니고 그 누구도 원하는 해결책이 아니다. 아이를 가진 가정은 아이와 더 많은 시간을 보내고 싶어하지 아이를 다른 누군가에게 맡기고 일만하는 삶을 살고 싶어하지 않는다. 온콜 문화를 그대로 둔 채 표면적인 문제만 해결 하는 꼴이다. 더불어서 이러한 정책은 돌봄의 가치를 평가 절하하는 문제가 있다. 이것에 대해서는 다음 돌봄 시리즈에서 더 이야기를 할 기회가 있을 것 같다.
한국 사회는 아이를 기르는 것을 포함해서 남을 돌보는 일을 경시한다고 생각한다. 가정의 일은 하찮은 일이고 직장의 일만 중요한 일인것 처럼 그린다. 그러니까 여성의 양육의 가치를 인정하지 않는 것이다. 양육의 가치를 굳이 경제적으로 환산 한다고 하면 나는 남녀 임금 격차 만큼이지 않을까 생각 한다. 위에서 이야기 한 것 처럼 양육을 하지 않으면 남녀의 임금이 동일할 수 있기 때문이다. 여성이 커리어를 중단하는 기간은 노는 것이 아니라 양육을 하는 시간이다. 우리 사회가 그것을 금전적으로 보상해 주지는 못할 망정 사회적으로도 정책적으로도 양육의 가치를 평가 절하 하고 있다. 나는 아이도 없고 남성이다. 그렇기 때문에 여성들을 이해함에 있어서 한계가 존재 할 수 밖에 없다. 영유아 업계에 있는 나로서는 사용자들의 어느 부분을 이해할 수 있고 어느 부분을 내가 완전히 이해 할 수 없는지 파악하는 것은 연구 관점에서도 매우 중요한 요소(reflexivity)이기에 육아를 하는 여성들의 삶을 거시적으로 이해 하는 과정은 여러모로 도움이 되었다.
이 책을 읽고 알게 된 것은 돌봄은 우리의 생각보다 중요하다는 것이다. 우리가 돌봄을 무시해왔기 때문의 낮은 출생률과 심한 성차별을 가지는 사회가 되어 버린것 같다. 우리는 답을 알고 있다. 그것을 실행하지 않을뿐.
참고로 이 글에서는 최근 이야기만 했지만 이 전까지 여성들의 커리어와 돌봄에 대한 역사가 이 책에 모두 담겨져 있다. 하나의 거대한 흐름이 있는데 매우 흥미롭다. 지금 사회가 이 모습이 되기 까지 어떤 경로를 거쳐서 왔는지 궁금하다면 읽어보기를 추천 한다. 그리고 나의 글보다 더 잘 정리 되어있고 우리나라 상황을 더 잘 설명하고 있는 시사인 기사도 추천한다.
